게이머들의 지옥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2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1. 사놓고 안 한 게임 속 세계로 떨어진다
2. 사놓고 안한 게임을 비벼서 해야 하는 게임비빔지옥에 떨어진다.
아무래도 RTX2080을 매일 매일 돌려대는 나는 지옥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리 사후 대비를 해놓는 게 좋은데,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가든지 직접 플레이하든지 간에 지금처럼 <게임 사기 게임>을 즐기면서 업보를 쌓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2025년 스팀 여름 세일을 맞아서 사놓고 10분 플레이한, 켜지도 않은, 엔딩은 못 본 게임들을 하나씩 들쳐보면서 '언젠간 해야지...'라고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던 친구들은 냉정하게 보내주고 또 할만하면 재밌게 즐겨보는 그러한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게임 또한 옷과 마찬가지여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사도 사도 끝이 없고 있는데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즉, 이번 <제1회 스팀 라이브러리 참회 주간>은 지옥에서의 고통을 경감을 주된 목적으로 표방하나 실질적인 목적은
"이거 치우고 새거 사야지ㅎㅎ"
라고 할 수 있다.
1. 하우스 플리퍼
스트리밍을 재밌게 보고 의리로 구매하였으나 실제로 플레이 해보니 10분 만에 잠에 들었던 기적의 게임

청소하는 게임이다.
스트리밍 볼 때는 재밌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정말 졸렸고 내 방도 안치우는데 왜 이 집 보일러를 조립해주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거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고가 필요한지, 그리고 이런 먼지 떨기와 창문 청소와 걸레질을 하지 않은 현실의 나의 방은 얼마나 보이지 않는 더러움이 있을지 다소 걱정이 들었다.
다양한 가구와 색상을 제공하고 있어서 고수들은 본인의 집도 예쁘게 꾸미던데 플레이 총 시간 20분인 나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의뢰받은 집은 쓸고 닦고 광내었지만 정작 나는 곰팡이가 가득한 화장실에서 잠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하는 손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어서 빨래 개어주는 휴머노이드가 출시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첫 구매 했을 때와 동일하게 이번 도전에서도 한두개의 의뢰만 해보고 잠에 들어서 다음 날 게임을 다시 삭제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라이브러리에서 <파밍 시뮬레이터>가 묵어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러한 시뮬레이션 게임은 그다지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스팀 찜 목록에서 사쿠나히메를 삭제해야겠다.
2. Baba Is You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는 게임

'낱말 블럭을 옮겨서 스테이지의 규칙을 정의한다'라는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서 정가로 구매했었던 게임이다.
정가로 구매할 정도의 의욕이 무색하게, 월드 2 정도까지만 진행했다.
그래도 게임 구매 이후로 6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그 동안 다양한 퍼즐 게임을 접하면서 나의 지성이 조금 높아지지 않았을까? 다시 해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구매해 보았으나 오히려 그때보다도 퇴화한 지력에 단 한 스테이지도 클리어하지 못하고 삭제했다.
사실 RPG 게임은 공략을 조금 참조하더라도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흐리지 않은데, 퍼즐 게임은 공략을 모르는 그 한 순간만 오롯이 즐길 수 있으며 즐거움 또한 비가역적인 특성을 지닌다. 한 스테이지만 공략을 봐야겠다고 생각하더라도 뒤로 갈수록 난이도는 점점 심화되기 때문에 한 번 공략을 보고 나면 뒤에서도 계속 공략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공략을 참조해서 게임을 조금 덜 재밌게 하더라도 끝까지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공략 없이 최선을 다하다 벽에 부딪쳐 게임 자체를 멈춰버리는 게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이 게임과 함께 묵어가고 있는 <포탈 1/2>가 문득 생각이 난다.
아무튼 이 게임 구매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게, 기본적인 규칙을 변형하여 만든 수많은 스테이지가 놀랍기도 했고 이런 작품을 만든 개발자를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3.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
의심 없는 마음(negative)*
무려 세 개의 게임을 12,000원에 산다고? 값싸고 유명해서 구매한 게임이다. 처음 구매했을 때는 3장, 역전의 토노사맨! 을 진행하다가 모든 선택지를 둘러보는 것에 지쳐서 관뒀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역전의 토노사맨! 의 결말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비결은 바로 대화창을 스킵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과 '모든 텍스트를 읽는 강박'이 사라지고 이제는 대충대충 재미있어 보이는 것만 읽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법정 추리물과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거의 소년 탐정단 정도의 무게로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닌텐도 DS 시절의 게임이지만, 리마스터를 하면서 그래픽 품질도 훌륭해졌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효과음, 말풍선 폰트까지 극적인 효과를 주는 요소들을 적절히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능이슈가 발생하였는데, 이전에 <베리드 스타즈>를 플레이하면서도 느꼈지만 누굴 의심하는 것에는 소질이 없다.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자면 딱히 도덕적이거나 순진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타인의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인생의 모토를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고 살아왔더니 범인이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그렇구나 하게 된다.
역전의 토노사맨! 에피소드에서는 누가봐도 수상해 보이는 프로듀서를 눈앞에 두고, 왜 프로듀서가 범행을 저질렀을지 동기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고 그저 '이 사람은 수상해 보이라고 연출을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의심보다는 상상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역전재판의 탐정 시스템은 특정 선택지를 골랐을 때 다음 시나리오가 트리거가 되는 형식이라서, 한 번 선택지를 놓지면 빙빙 돌아가야 하는 피곤함이 있기 때문에 탐정을 진행할 때는 공략을 보면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재판장에서 위의 대사를 보고
"엥? 난 아무 생각이 없는데?"
해버리고 만 것이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추리 게임의 특성상 진범을 알고 나면 그냥 클릭하는 게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우선은 이 게임은 접어두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추리 게임은 안 살 것이다.
지면을 빌어 게임 속 추리 관련 화려한 연혁을 공개하자면...
1. 페르소나4 에서 추리 실패해서 배드 엔딩 보고 진엔딩 볼 때까지 범인 못 찾기
2. 페르소다5 에서도 추리를 실패해서 배드 엔딩을 봤다.
3, 베리드 스타즈에서 외부에서 범인이 들어와서 숨어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라는 화려한 실패의 기록이 있다.
*김지우 작가 <의심 없는 마음> 패러디
4. 파이널 판타지 10

파이널 판타지 14를 재밌게 한 유저들이라면 스팀 할인 때 파판 시리즈 게임을 장바구니에 넣은 적이 한 번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파판7과 10이 명작으로 뽑히는데, 그중에서 10을 구매했었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구매 직후 봉인했다가 최근에야 엔딩까지 클리어 했다.
아무래도 옛날 게임이라 명성만큼 재밌다고 하기는 어렵고 최적화 문제도 좀 있지만... 파판 시리즈답게 볼륨이 상당하고 10과 10-2를 묶어서 팔기 때문에 15,000원이 아깝지 않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스토리가 가장 호평 받았는데, 캐릭터들이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고 결말의 여운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제서라도 플레이한게 다행이었다!
5. 갓 오브 워

2018 GOTY 였던 갓 오브 워. 2020년 즈음에 구매했으니까 20% 정도의 할인율로 구매했을 것이다. 구매 당시에 조금 플레이하다가 재미를 못 느껴서 포기했었는데, 이제 와서야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지금 샀으면 60%에 살 수 있었을텐데!
소위 말하는 반픈월드 방식으로, 한 번 왔던 지역을 다시 방문하여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도 있고 수집 요소도 많아서 발매 당시에는 큰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흔한(?) 수준의 그래픽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래픽 관련한 호평도 많았다.
다만 지금은 2025년이고, 수많은 게임사들이 오픈월드 장르에 도전하면서 많은 수작이 나오기도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오픈월드 시스템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피로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제 와서 플레이하면 '이게 그렇게 호평이라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오픈월드의 또 다른 장점은 퀘스트를 포기하고 적당히 뭉게면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부담 없이 재밌어 보이는 퀘스트만 하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 아들램 혼 좀 내야지...
(번외) 6. 프로젝트 좀보이드
그냥 좀비 될게요
여기서부터는 사려고 했는데 - 가족 라이브러리로 공유받아서 직접 사진은 않았지만 영원히 '해야 하는데' 목록에 남아있는 게임이다. 프로젝트 좀보이드는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생존 게임으로,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전에 같이 하자는 권유를 받았었으나 그때는 좀비가 무서워서 못했고... 레포데 4로 좀비 면역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번에 다시 도전해 보았다.

그런데 튜토리얼에서 응, 저기 네 엄마가 있어. 죽여보자! 저기 네 언니도 있네, 저승으로 보내주자! 방식의 유머를 전개하는데, 그게 재밌다기보다는 불쾌했고... 매우 넓은 탑뷰 시점이지만 시야는 제한되는 게 꽤나 무서웠다.
돈스타브 투게더를 꽤나 오래 해서 대충 이 게임도 처음에 몇 번 죽다가 거점도 만들고 유튜브에서 건축도 찾다 보면 재밌게 할 것 같긴 한데, 같이 하자고 했던 지인은 이미 떠났고 좀비 소재에는 영 흥미가 한 생겨서 조금 하다가 삭제했다.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멀티 게임 1회 한 후에 묵어가고 있는 <레프트 포 데드 4>는 안타깝지만 그대로 묵어있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라스트 오브 어스>는 아직도 호시탐탐 장바구니에 넣을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스토리 위주 RPG + 좀비 소재라서 언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7. 언더테일
와! 샌즈! 모르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언더테일의 후속작인 '델타룬'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멀티엔딩으로 인디게임 중에서 거의 최상급의 인기를 자랑하는데, 원가가 저렴하기도 하고 할인 폭도 커서 나도 한 번 샀다가, 몹들의 수다와 트리거를 작동시키기 위한 '모든 선택지 다 눌러보기'를 견디지 못하고 환불한 적이 있다. 한 1시간 정도 했나...
그 후에도 이 게임에 한 번 더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친한 친구 중에서 언더테일의 모 캐릭터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재도전했을 때는 노말 엔딩까지 볼 수 있었다. 다만 노말 엔딩보다는 다른 엔딩이 더 매력적이고 그 친구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만나지도 못했기에(...) 아.. 2회 차도 해야 하는데... 하다가 게임을 아예 지워버렸다.
안타깝게도 저장 데이터는 남아있지 않아서 이번에 새로 설치했을 때도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 했고, 그래도 컨트롤러 연결해서 하면 조금 낫지 않을까? 했는데 컨트롤러 지원이 아예 없더라.... 그리고 파피루스의 흰소리를 다시 들어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서 또 포기했다. 그 친구는 언제 등장하는지... 샌즈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여전히 의문이다.
유명세에 비해서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게임이다.
간만에 묵은 게임들 좀 해봤는데 몇 개 건진 것도 있고 여전히 손이 안 가는 게임도 있었다.
역시 구매는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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