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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파이널 판타지 10> 후기

by 켄탕 2025. 6. 17.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 명작이라고 꼽히는 <파이널 판타지 10>을 플레이 해봤다.

 

스팀에서 60% 할인을 받고 12,800 원에 파이널 판타지 X/X-2 합본을 구매하였는데, PC 리마스터 판이라서 파판10과 그 후속작인 파판10-2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버전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파판10만 플레이하고 그것도 전투 퀘스트나 파고들기 요소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플레이 타임이 25시간 정도 나왔고, 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음에 만족한다.

 

처음 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건 이 게임이 파판7과 함께 파판 시리즈 중 명작으로 손꼽히기도 하고, 지금도 재밌게 하고 있는 <파판14>의 <황금의 유산>이 파판10의 오마주라는 루머를 보았기 때문이다. 막상 게임을 다 하고 나니 <황금의 유산>과는 크게 관련이 없었던 것 같지만... 의외로 다른 확장팩의 오마주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각종 몬스터들, 병과, 생물 및 종족들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오래전부터 등장해왔음을 알 수 있어서 즐거웠다.

초코보도 매우 오래 전부터 시리즈에 함께 해왔다.

 

게임의 전투는 CBT(캐릭터의 속도에 따라서 턴이 결정되는 방식)로, 기본적으로 턴제이다. 앞서 서술했듯 전투는 거의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스킵 불가능한 몇몇 전투들은 울면서 직접 했어야 하는데, CBT 전투이기 때문에 '헤이스트(속도를 올려주는 기술)'나 '슬로우가(속도를 낮추는 기술)'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부분은 재밌었다.

포켓몬에 비유를 하자면, 포켓몬 XY가 아니라 레알세식 전투이다.

 

특히 전투 측면에서는 이 게임 고유의 육성 시스템인 <스피어 보드>가 매우 특이했다. <스피어 보드>라는 구슬판이 있고, 캐릭터들은 구슬판의 한 지점에 위치한다. 각 구슬판에는 스킬이나 스탯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캐릭터들은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구슬판을 이동하여 스킬을 얻거나 스탯 상승을 얻을 수 있다. 주인공인 '티다' 근처에는 속도나 버프 관련 스킬이 있고 여주인공인 '유우나' 근처에는 마법이나 치료 관련 스킬이 있지만 원한다면 '유우나'를 '티다' 근처로 이동하여 속도를 높이거나 버프 스킬을 얻거나 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만 즐길 때에는 그냥 주변 스킬들만 해금하면 되겠지만 파고들기를 시작하면 캐릭터를 최적화 시키거나 다른 병과로 키우는 육성도 가능해보인다.

다만 레벨이나 현재까지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없어서 캐릭터가 현재 진도에 맞는 수준으로 성장한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맵은 3D 그래픽으로, 시점이 고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서 선형으로만 진행할 수 있지만 후반부에는 모든 지역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해금된다. 1990년대에 처음 출시된 게임이지만 그래픽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섬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물 표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컷씬은 주인공 얼굴이 살짝 이질감이 드는 것만 빼면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다. 유우나를 정말 열심히 조형하느라고 티다를 열심히 안 만든 느낌...

 

던전은 정말 옛날 게임이 물씬 나는 스타일이었다. 던전을 파훼하는 동기가 명확하지도 않고, 게임 내에 등장하는 던전 사이의 연결성이 없어서 유저가 성장할 수도 없었다. 또한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시도해봐야 하는 방식의 던전이라서 시간도 꽤 오래 걸린다. 공략을 참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ign.com/wikis/final-fantasy-x/walkthrough

티다는 손이 2개인데 왜 스피어는 하나만 들 수 있을까?

 

스토리는 딱 '고전 명작'이라는 감상이다. 사실 컨텐츠 범람의 시대에는 크게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처음 게임이 출시 되었을 때 PS2로 끔찍한 던전과 5보 전투를  견뎌낸 유저들이라면 게임에 더욱 몰입하고 인물에 많은 애정을 쏟았을테니 명작이라는 칭송을 받는게 이해가 간다.

 

특히 결말부의 캐릭터의 대사와 연출 측면에서 이야기를 잘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고, 유치하고, 캐릭터 디자인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의 성격이 다소 유치하여 게임 초반부는 조금 오글거릴 수 있고, 주인공이 또 아는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초반부의 빌드업이 상당히 길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이 주인공의 '유치함'마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키로 사용했다는 것에 감동을 느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대략 15시간 소요), '기가제트 산'을 넘었을 때부터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주인공인 유우나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선량하고 이타적이지만 그 중압감을 견디고자 하는, 점차 스스로의 각오로 그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성우의 연기가 매우 좋았다.

 

메인 테마곡에 등장하기도 하는 <자나르칸트>.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며, 스피라와 자나르칸트의 설정도 매우 좋았다. 물론 음악도 훌륭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tN91WXp5Rw

 

무엇보다도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단순히 최종 흑막을 해치웠다는 내용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고 이야기에 얽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완결난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당장은 X-2를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튼... 플레이타임은 25시간 정도 걸렸다. 초반에 고통스러운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전투 배속과 무한 오버드라이브(필살기), 여차하면 모든 아이템 획득 등의 치트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므로, 스토리만 즐기기에는 딱 적당한 게임이다.

 


 

그래서 19,800원을 내고 살만한가? 하면 아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 파판10이 왜 명작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
  • 서정적인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
  • 고전 파판은 하고 싶은데 플스는 없고 도트는 싫은 사람
  • 무한 노가다를 즐기고 싶은 사람 (노가다가 굉장히 심하다고 한다)
  • 초반의 유치한 구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
  • 시간 많은 사람 (초반을 견뎌야 함)
  • 여자 캐릭터 좋아하시는 사람

이런 사람은 싫어할 수 있다.

  • 짜릿한 전투를 즐기고 싶은 사람 (다른 게임 많은데 굳이)
  • 스토리 컷씬이 많은게 싫은 사람
  • 컴퓨터가 많이 오래된 사람 (최저 사양인데도 노트북에서는 크래시가 자주 발생했다ㅠ.ㅠ)
  • 주인공이 푼수인게 싫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