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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필사

어떤 물질의 사랑

by 켄탕 2024. 8. 31.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소설집 도장깨기 하려고 읽어본 단편 소설집이다.

크게 감명 받지 못하고 읽은 소설도 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도 있다. 조금 난해하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한 내용도 있었다.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작가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역시 가장 좋았던건 '어떤 물질의 사랑'과 '마지막 드라이브'이다.

단편 소설이라서 뒷 내용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게 아쉽다. 그래서 <어떤 물질의 사랑>의 엄마는 어디로 떠났는지, <그림자 놀이>의 주인공은 우주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두 하나>의 하나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데 갑자기 끝나버렸다..

 

<사막으로>

"사막이 두려웠던 것인지 아니면 혼자 있떤 사막이 무서웠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 천선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인터뷰를 보고 나니 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12114063252579

 

<레시>

"이 위대한 만남에서 나만 빠지면 섭섭하지."

"제발 더는 인간이 행성의 주인을 내쫓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주십시오."

 

<어떤 물질의 사랑>

"'원래 그런' 건 없어. 당연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애들이 당연하다거나 네가 이상한 거라고 하는 거 다 듣지 마."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어요.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인 걸, 모두가 같은 사람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요."

"결국 너는 너야. 끝까지 무엇이라고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 그건 '원래 그런'거야. 라는 말로 정당화된 수많은 차별이 생각났다.

- 나와 '완전히'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포교 목적의 사이비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 그리고 나와 똑같이 사고하고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모두가 서로를 100% 이해하는 세상은 좀 디스토피아적이지 않나?

 

<그림자 놀이>

"이제 아무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지 않으니까."

"상처만 가득 안았던 본인의 행성으로, 오직 한 존재만을 바라보기 위해서. 오직 그 존재에게 위로받고 공감받기 위해서."

"소리가 있고,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고, 설움이 있고, 가시가 있고, 원망과 미움이 있고, 그렇지만 네가 있는 곳으로."

- <우리가 빛이 될 수 없다면>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생각이 나는 대목이다.

 

<두하나>

"이 상태로 인간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지구는 잠깐의 격변을 겪다가 아주 아름답게 회귀할 것이다."

"세상이 다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는 걸 누군가는 반드시 끈질기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우리가 이곳에 있으니 멈추지 마시오. 조금만 오면 되니 남은 힘을 쥐어짜시오. 그 다리도 언젠가 끝나오리."

 

<검은 색의 가면을 쓴 새>

"살기 위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죗값을 느껴야 했다."

"더 정확하게는 '그렇게' 살고 깊지 않았다."

- 매일 살아가기 위해서 숨쉬듯 다른 생물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어쩔 때는 무감하고 어쩔 때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마지막 드라이브>

"자동차는 모든 것이 완벽했으나 딱 하나를 예측하지 못했다. 운전자와 조수석의 관계였다."

"그것이 결단코 옳기만 한 방향은 아니겠으나 어쨌든 감정은 인류의 멱살을 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그게 뭐 어때서요, 뭐가 문제예요? 인간은 그 감정 하나로 여기까지 온 동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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