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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필사

눈부신 안부

by 켄탕 2024. 8. 18.

어린 시절에 이르게 겪는 상실이 슬펐고

어디에서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이방인 취급받는 파독간호사와 2세들의 외로움은 지금도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 프레임이 씌워졌지만 실제로는 자유를 위해, 사랑을 위해 독일로 떠나오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이모들의 삶에서는 <천 개의 파랑>의 은혜가 떠올랐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도 읽어보고 싶다. 한 나라의 문학을 사랑하여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건 가치있고 낭만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네가 의젓하고 씩씩한 아이라도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알았지?"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엄마가 기억을 다 잃어버리거나 세상에서 없어져버리기 전에,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아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 나 역시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지리란 걸 덜컥 예감해버렸지만, 아직은 내게 그러한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말이다."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나는 아무리 이곳에 오래 살아도 죽을 때까지 이방인인 거죠. 그래서 나는 언제나 고향이 그리워요."

 

"내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는 일에 계속 실패한 건 선자 이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신이 만든 찬란한 빛깔 앞에서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는 계속 살 수가 없다. 이 괴로움 속에서도 나는 내 삶을 근사하게 살아내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나의 임무니까."

 

"침묵은 비겁함 외에 아무것도 아닐 거니까."

 

"그 소리는 나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놀랍게도 내 옆의 온기처럼 위안이 되곤 했다."

 

"그래,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몸을 조금이라도 쓰면 인생이 살 만해져."

 

"고향에 살 때 마을회관 마당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어른들 몰래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고개를 넘으며 벅찬 마음으로 올려다보았던 밤하늘처럼 정말, 정말 아름다웠단다."

 

"그때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의 삶에 내가 또다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그 무시무시한 가능성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이를 위해 선선히 자신의 시간과 물건을 내어주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지만 뒤돌아보면 인생의 곳곳에는 들판에 숨어 있는 제비꽃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이제껏 걸어온 여정의 종착지가 여기였다니.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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