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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필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켄탕 2024. 8. 18.

<지구 끝의 온실>에 이어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었다. <지구 끝의 온실>과는 달리 단편 소설 모음집인데, 평소에 단편 소설보다는 긴 시리즈물을 읽어서 읽는데 조금 힘이 들었다. 학창 시절 생긴 발췌독 습관 때문에 밀도가 높은 단편 소설은 읽기가 어렵다. 등장인물과 친밀감을 느낄 때가 되면 이야기가 끝나는 것도 단편 소설을 읽기 어렵게 만든다.

 

읽으면서 느낀 단편집의 장점도 있는데, 우선 짧으니까 소재가 취향에 맞지 않아도 끝까지 읽게 되고 'SF'라는 장르 안에서 작가가 남김없이 발휘한 상상력을 느껴보는게 재미있다. 수록된 일곱 개의 단편 중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이 있기를 기대하며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더 내 취향이라는 사실을 절대 몰랐을테니까 말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관내분실>

"그렇지만 모두가 공산품을 사다 쓰는 시대에 한 사람을 고유하게 특정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단 말인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스펙트럼> 해설 중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불가능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놀라워하고 또 아름다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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